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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종주]사대강 자전거 국토 종주의 큰 산, 백두대간 이화령

날씨도 좋고 길도 좋고 라이딩 하기 딱 좋은 날이다. 울산까지 가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국토 종주 자전거길은 그렇게 의미가 크지 않다. 그래도 옛날의 추억을 더듬어가며 천천히 가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멋진 경치. 사대강 국토종주는 강에 있는 큰 '보'를 하나씩 지나가게 길이 만들어져있다. 물을 가뒀다 풀었다 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실 내용은 잘 모르고 '보'의 모양이 개성이 있고 신기하게 생겼다. 국토종주를 하면서 즐길만한 볼거리가 아닌가 싶다.(정치적인 접근은 하지 않기로...)
이전에 국토종주를 할때도 정말 미친듯이 사서 먹었던 포도맛 웰치스와 폴라포. 더위에는 정말 폴라포만한 아이스크림이 없다.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다. 뙤약볕 아래 땀도 다 말라버릴 정도의 더위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쉬면서 폴라포를 먹는 그 느낌은...(광고 아님)
참 거지가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찍은 사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보에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었던 여주보 근처의 쉼터였던 것 같다.
무시무시한 21% 급한 내리막길. 미국 대륙과 유럽 대륙, 그리고 일부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이런 경사는 단 한번도 없었다. 자전거를 타서는 절대 안되는 자전거길.
남한강 너머로 멋진 풍경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말도 잘 통하고 해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우리만큼 짐을 많이 이고 지고 다니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길가에 있는 가로수가 무려 사과나무다. 충주는 사과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로수를 사과나무로 심었나보다. 몇 알을 따서 먹어봤는데 맛이 참 좋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거 막 따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이화령 정상에 올라서 맛있게 잘 먹었다.
사대강 자전거 국토종주를 해보면 두 번의 큰 고비가 찾아오는데... 첫 번째는 바로 백두대간 이화령 고개이다. 해발고도 550m 정도 되는 이화령 고개는 자전거 라이더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악명높은 곳이다. 그간 단련된 심신으로 끌지않고 정상 도착에 성공했다. 총 길이는 5km정도 된다고 한다. 두 번째 고비는 경남 창녕 근처의 '박진고개'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이름이 그렇게 유명한건 아니지만 이화령보다 더 골때리는 오르막이라 그냥 끌고 올라가는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롭다.
이제 쌩~ 하고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태오가 뒤에서 기척이 없어 다시 돌아와보니 타이어가 터져서 수리 중이었다. 심지어 올라올때도 자전거를 끌지 않았는데 내려갈땐 천천히 끌면서 내려갔다. 뭐 그럴수도 있는거지! 한 두번도 아니고~
2014년도 당시 이화령 고개에서... 이때가 어찌 지구 한 바퀴로 돌고 왔을 때보다 상태가 더 안좋아 보인다. 군입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가... ㅠㅠ

과거를 더듬으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썩 괜찮다. 2014년 당시 별 생각없이 서울에서 울산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했던 자전거 국토 종주길은 얼마 남지 않은 민간 생활의 끝을 향해 달리는 것 같이 내 마음 속이 그렇게 상쾌하지 못했었다. 아마 군 입대를 일주일 앞두고 울산에 도착 했었던 것 같다. 그 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나중에 이 길을 다시 달린다면 지금을 떠올리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전역을 하고 한참이 지난 시점에 다시 그 길 위를 달리고 있으니 태오는 그 때 정말 행복했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라도 나중에 그 순간을 기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모든 순간은 언제나 그렇든 지나가기 마련이고, 결과가 너무 치명적이라 트라우마로 남을 수준이 아니면 그렇게 지나가버린 기억들은 하루하루 풍화 침식되어 어엿븐 추억이 되어있다. 훗날 회상했을 때 '그땐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려면 아무리 절망적인 순간이라도 어떻게든 그때의 순간에 대한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인생 살이의 특별한 별미가 아니겠나 싶다.

 

0917

우리나라 제일 예쁜 것 같다. 적절히 높고 우거진 산도 멋있고 강도 멋있다. 자전거 길도 우리나라가 최고다. 얼마나 최고냐면 길이 험해서 하루 쌔가 빠져라 달려도 80km가기가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여유롭게 달려도 130km나 갈 수 있다. 내일은 이화령 고개를 넘어야 한다. 예전엔 모르고 넘었었지만 이젠 알고 넘어야하기 때문에 무섭다. 해가 7시면 지니까 하루가 짧아진 것 같다. 탄금대 공원에 그냥 텐트를 쳤다. 내일 아침 누군가 깨워주려나 싶다. 경찰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0918

이화령을 넘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손도 팔도 다 아팠지만 그래도 끌지 않고 무사히 올라갔다. 다른 곳에서는 끌더라도 여기서는 끌고 싶지 않았다. 저번에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잘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짐도 많고 여기가 어디고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충주는 사과가 유명하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마을에 가로수가 사과나무다. 표지판 같은게 없어서 오감이 즐거운 여행길이 됐었다. 조금 가지고 온 사과를 이화령 정상에서 먹었는데 그동안 조금 더 익었는지 더 달게 느껴졌다. 문경으로 넘어왔는데 문경도 사과가 유명하다고 한다. 가로수가 사과나무가 아니라 문경 사과는 맛보기 힘들 것 같다.

 

뭐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아주 끝내주는 이화령 내리막길에서 바퀴가 터졌다. 튜브가 완전히 찢어져 수리조차 불가능했다. 다치지 않은건 다행이지만 긴 내리막을 걸어서 내려온건 정말 재앙과도 같았다. 그의 표정에 깊은 고뇌가 서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