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국토 종주]10,000km달성과 국토종주 완주,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국토종주 기점

익숙한 우리나라의 풍경 속에서도 역시나 태오는 열심히 펌프질 중이다. 펌프도 고장이 나버렸고 튜브도 상태가 좋지 못하다. 거의다 끝나가는데 조금만 더 버텨주라...ㅠㅠ
기가막히게 펼쳐져있는 낙동강 상류. 날이 조금 뿌옇긴 하지만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낙동강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날이 너무 습하다. 유럽, 러시아를 달리는 동안 이렇게 끈적한 땀을 흘린적은 없는데 습해서 땀이 나도 잘 마르지 않는다. 그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고퀄리티의 화장실이 많아 자주자주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달렸다.
길과 풍경은 좋지만 안개인지 습기인지 미세먼지인지 날이 전체적으로 예쁘지 못하다. 상주의 중동교라는 작은 다리인데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잠시 작은 마을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 날 밤엔 폭우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하늘은 참 정직하게도 비를 쏟고나서 맑아졌다. 사진을 이렇게 찍긴 했지만 GPS좌표를 가지고 지도에 검색을 해보지 않는 이상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낙동강과 대구가 만나는 부분에서 갈때까지 가버린 텐트 사이트. 대구 시민들을 위한 공원 한가운데 있는 잔디밭에다가 텐트를 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옆에 있는 운동기구들로 운동도 좀 하고 상쾌하게 출발 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하진 않은 모양이다.
사대강 자전거 국토종주 기점인 을숙도에 도착하기 하루 전 날. 태양은 늘 그렇듯 서녘으로 을씨년스럽게 떨어지는 중이다. 밀양의 어느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물안개가 조금 끼어있긴 하지만 선선한 날씨에 라이딩 하기 참 좋은 느낌이다. 무난하게 을숙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도 당시(아래 사진)와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봤다. 불행하게도 자전거가 너무 무거워져서 번쩍 들 수는 없었다. 아무튼 국토종주는 무난하게 마무리를 했고 이제 부산을 관통하여 해운대를 지나서 울산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부산의 경치 좋은 곳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 유럽 그리고 러시아의 일부를 횡단하고 대한민국 횡단도 마치고 을숙도에서 아주 기분좋게 포도맛 폴라포와 웰치스를 먹었다. 날이 많이 덥고 습하다.

기나긴 여정이 이렇게 거의 다 마무리가 됐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한국의 인천으로 들어오며 이젠 서울에서 울산까지만 무사히 달리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부산까진 무사히 왔으니 이제 울산까지만 무사히 달리면 된다. 우리가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나게 된 것도 어쩌면 2014년도에 생각도 없이 했던 국토종주의 좋은 기억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미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 일부를 횡단한 결코 잊지 못할 추억들은 나중에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참 궁금하다.

참고로 부산을 관통하는 자전거 길은 지금까지 겪었던 수 많은 도시들을 달렸을때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보여줬다. 이미 차도가 복잡하고, 운전 스타일이 사납기로 유명한 악명높은 곳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날도 덥고 바닷바람에 온몸이 끈적끈적하고 수많은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인파로 인해서 고생을 꽤나 많이 했다. 

 

0919

이제부터 낙동강을 따라서 내려가면 된다. 태오 자전거의 뒷바퀴 튜브가 수도 없이 터지더니 이젠 구제불능 상태까지 와버린게 아닌가 싶다. 흔하게 사용하는 사이즈도 아니라 왠만한 자전거 가게에서는 사이즈 찾기도 너무 힘들었다. 결국 문경에서 찾긴 했지만 이것 역시 딱 맞는 사이즈는 아니고 임시방편으로 어찌됐든 부산까지만 가면 되는거니 장착을 하고 가기로 했다. 뭐 굴러는 가니까... 300km 정도 남았는데 이 정도는 벼텨주겠지.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하루 종일 모든 곳이 부옇게 보였다. 그렇게 부연 경치가 나름대로 멋지긴 했지만 내일은 좀 맑았으면 좋겠다. 좋은 곳들을 지나면서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 하루 달리는 거리에만 집착하니 조금 안타깝다. 내일도 그렇게 달리겠지만. 밤에 비가 온다고 해서 어디 천막 같은 곳 밑에 텐트를 쳤다. 사람들이 앞에서 돌아다니지만 이곳은 어두우니까 안 보이겠지. 천막 밑에 안전하게 텐트 쳤으니까 오늘 아주 폭우가 쏟아지면 좋겠다.

 

0920

길바닥에 사마귀 시체가 너무 많다. 메뚜기는 알아서 잘도 피하던데 사마귀는 좀처럼 피할 생각이 없고 다가오는 무언가와 한바탕 하려 하니까 그렇게 된거다. 길 한복판에서 용맹하게 앞길을 막고 있던 녀석을 옆에 풀밭에 던져줬다. 나는 수레를 돌려서 가겠지만 다른 사람은 아닐 수 있으니 성질 좀 죽이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정작 본인은 뭘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 종일 바쁘게 어떤 것과 싸워야 한다면 그것도 너무나 피곤한 일 아니겠나. 참 슬픈 일이다.

 

0921

어찌됐든 거의 다 도착했다. 낙동강 을숙도까지 70km정도 남았고 울산까지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 140km정도만 무사히 잘 달리면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예쁘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것 같다. 모기가 조금 설쳐대긴 하지만 이 정도 쯤은 그냥 물려줄 수 있다. 지금은 텐트 안에 누워서 내일 부산에 도착하면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너무 행복하다! 뭘 먹으면 좋을까...

 

0922

끝났다. 10000km도 넘었다. 이제 정말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마지막 텐트 사이트는 멋진 곳이면 좋겠다.